글
D 2014. 11. 29. 23:26Gilgamesh
<드림 전력 60분> 너의 빨강구두
스물아홉번째 주제, 야경
※Fate/EXTRA CCC의 길가메쉬로 참가하였습니다.
※드림주는 Fate/EXTRA CCC 의 여자 주인공 포지션이나 하쿠농(디폴트 캐릭터)은 아닙니다. 성격도 살짝 다릅니다.
※Fate/EXTRA CCC의 길가메쉬 엔딩루트 스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시다면 피해주세요8ㅁ8
창밖을 덮은 어스름에 흐트러지게 핀 벚꽃은 요사스러운 빛을 뿌리고 운동장 그 밖은 어둠뿐이다.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 이런 곳에서 우리는 '앞' 으로 돌아가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잠이 들지 않는 새벽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의 감성을 자극시켜 쓸데없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무서운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그 때도 별하늘이었다. 시간대는 별로 의미가 없는 허수 공간에서의 일이었지만 그 우주 한 구석, 천천히 저 끝까지 떨어져 마지막이라도 좋을 희망을 불태웠을 때. 눈을 뜬 순간 보인 별들과 그 어떤 별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던 황금의 서번트, 그 광경은 지금이라도 눈을 감으면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이었다.
" 안 자고 무얼 하나, 잡종. 내일이 있다. "
" 아, 잠이 안 와서. 벚꽃 보고 있었어. "
" 확실히, 밤벚꽃이란 아름답지만 요물이지. 쓸데없는 데에 한눈 팔 시간이 없다는 건 네놈이 제일 잘 알 거다. "
" 알고 있어. 금방 잘 거에요. "
한심해 죽겠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그는 침상에서 내려와 천천히 발을 떼어 그녀가 서 있는 창문께까지 다가왔다. 창문은 열려 있고 바람은 고요하다. 애초에 그가 이리 행동하는 것도 처음이건만 무슨 일인지 그는 입까지 다문 채 그녀와 같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 뒤에 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벚꽃잎은 흩날렸다. 아름답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 경치도 더 이상 볼 수 없겠지. 익숙하지 않은 고요함이 문득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제 뒤의 서번트를 바라보았다. 그는 늘상 볼 수 있는 무표정으로 창 밖, 저 심연 어딘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가 얼굴을 돌린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말로는 채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했다. 너와 함께 하여 영광이었다고.
"…그래서, 네놈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게냐."
"예전 생각이 났어."
"하아? 지금 이 경광을 눈 앞에 두고 다른 생각을 하다니, 역시 아직 한참 멀었구나, 네 놈도."
"야경이라 하니까 떠오르는 게 있어서."
그 당시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모든 각오가 무색하게도, 심지어 그 뒤로 또 한 번 더 겪었던 ' 마지막 ' 을 넘어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은 아마도 기적이겠지. 내 기적은 모두 너에게서 왔어, 길가메쉬. 그녀는 작게 고마워, 하고 속삭였다. 쯧, 또 그 소릴 하는군. 됐다. 감사 따위 받자고 한 것이 아니니. 그는 혀를 차며 못마땅하다는 듯 그녀를 내려보았으나 그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 역시 그 때처럼 빙긋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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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전력으로 늦은 전력드림입니다.
요새 페엑 금여주에 빠져 숨도 못 쉬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이야기하지만 스포덩어리입니다. 주의해주세요.
언제나 드림전력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