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2015. 1. 31. 23:51

오리하라 이자야

 

 

 

 

 

 

 

 

 

<드림 전력 60분> 너의 빨강구두

 

 

마흔여섯번째 주제, 미련

 

 

 

※ 듀라라라!! 의 오리하라 이자야로 참가하였습니다.

 

 

 

 

 

 

 

 

 

 

 

그녀는 드물게 많이도 취해 있었다. 시끄러운 토요일 밤,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진 이케부쿠로 구석의 어느 놀이터였다. 얘기를 들어 보자니 카도타 무리와 함께 한 저녁에 반주랍시고 몇 잔 곁들인 게 시작이었던 것 같았다. 어쩌다 보니 이자카야로까지 자리를 옮긴 술자리가 이어졌고, 그들이 돌아간 후에도 그녀는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혼자 남아 있다가 손 가는 대로 연락을 걸었던 게 세르티였더랬다. 그리고 신라와 함께 즐거운 토요일을 보내던 세르티는 나가는 대신 그녀를 달래 줄 다른 사람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오리하라 이자야가 현재 이 곳에 있는 이유였다.

 

 

 

그네 옆에는 맥주 캔 두어 개가 굴러다녔다. 몸이 휘청인다거나, 얼굴이 딸기가 되어 있는 건 아니었다. 그가 처음 도착했을 때 한 번 고개를 들고 처량하게 웃으며 인사한 뒤로는 내내 하단 45도 각도였기에 잘 보이지도 않았다. 말이 조금 꼬이고 있는 것 빼고는 별 문제도 없어 보였다. 문제가 된다면 이런 곳은 양아치들이 모이기 매우 쉬운 곳이라는 것일까. 안 그래도 이자야는 방금 취한 여자를 홀낏거리는 무리 하나 앞에서 핸드폰을 왼쪽 귓가에 대고 여보세요, 경찰이죠? 를 외치고 온 참이었다.

 

 

 

"…그래서, 왜 마신 거야?"

 

"……왜 잊히지가 않지?"

 

"뭐야, 그 뻔한 말은. 실연이라도 한 거야?"

 

"…그래. 미련이 남아서 미칠 것 같아."

 

 

 

제가 뱉고도 Yes, 라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한 질문이었다. 하아? 이자야는 잠시 미간을 찡그렸다가 이내 표정을 고쳐, 입꼬리가 위를 향하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 세상에 그럴 리가 없다, 라는 것은 없다고. 인간은 역시 자신의 예상 따위는 가뿐히 지나쳐 버리기에 재미있는 것이라고.

 

 

 

"손을 내밀어 줬는데… 잡지 못했어. 난 안 될 줄 알았어…."

 

"……."

 

"어쩜 끝까지 아름다운 말만 하더라, 그 사람은…."

 

 

 

담담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조그마하게, 누구에게 대답을 바라고 하는 말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문득 며칠 전의 문자가 생각났다. 바빠? 그는 수많은 사람들과 하루에도 몇 백통씩 연락을 주고받지만, 그 정황도 설명도 내용도 없는 문자를 보낸 사람은 평소에 그에게 사적인 연락이라고는 절대 보낼 일 없는 인물이었다. 그 문자에 성실히 답해 줄 의리도 없었을 뿐더러 실제로도 매우 바빴으므로, 이자야는 조용히 핸드폰 클립을 닫았었다. 그 날인가.

 

 

 

 

"난 말이지, 네가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에 있다가 어떻게 되었는지 하나도 궁금할 이유가 없어. 조금 찾아보면 어떻게든 알게 되겠지만 별로 그럴 생각도 없고 말이야."

 

"…알아. 안다고."

 

"기억은 인상깊었던 부분이 깊게 남는 경향이 있지. 흔히 말하잖아? 추억 미화라고. 뭐어, 인간이니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꼴불견이지만, 난 좋아해. 안 그러던 사람이 이렇게 약한 얼굴로 구질구질한 짓을 하는 것도."

 

"응. 알아…."

 

"……정말 많이 취했나보네. 슬슬 집에 돌아가지 그래. 봐주는 것도 조금 질릴 것 같아서. 취객 상대는 싫어. 말도 안 통하잖아."

 

"…미안하다."

 

"무슨 인사야, 그건. 안 어울리게. "

 

 

 

 

설렁설렁 말을 던지면서 이자야는 그네에서 일어서는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순순히 제 말을 듣는 그녀를 본다는 건 신기한 기분이었지만 또 왜인지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기도 했다. 고의적인 가장은 아닐지라도 역시 거짓된 모습이라는 건 맞다. 그녀는 깨어난 다음에 제가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은 할까, 피식, 웃으며 녹음해두었으면 재미있었을지도, 하는 말을 속으로만 삼켰다.

 

 

 

 

 

 

 

 

 

"…잡을 용기도 없었던 멍청이 씨, 끝은 끝이랍니다. 미련은 버리고 새로운 내일을 살도록 하세요."

 

 

"……고맙다." 

 

 

 

세르티의 의뢰대로, 그녀가 사는 맨션 아래까지 무사히 데려다 준 뒤에 ㅡ돌아가는 동안, 얼추 술이 깨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였다ㅡ 돌아서며 한 마지막 말은, 그러니 일종의 넓디 넓은 오지랖이었다. 상쾌한 웃음과 함께 던진 그 말은 마치 아침 뉴스가 끝날 때 여자 아나운서가 말할 법한 말투였다. 그녀는 처음엔 미친 놈을 본다는 듯한 표정으로 잠깐 쏘아보다가 이내 작은 한숨과 함께 다시 한 번,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하였다. 아직 취해 있는지, 제대로 깨어 있는지 이자야는 잘 가늠할 수 없었다. 

 

 

 

 

 

 

 

 

 

 

 

-

 

 

 

 

설마했던 대 지각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같은 캐릭터로 두번은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거늘 이자야가…. 저번 편의 드림주와는 조금 다릅니다.

 

늘 감사합니다. 다음 전력은 길가메쉬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굳은 다짐)

 

 

 

 

 

 

'D'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afalgar Law  (0) 2015.05.03
오리하라 이자야  (0) 2015.02.28
오리하라 이자야  (0) 2015.01.18
히루마 요이치  (2) 2014.12.28
Gilgamesh  (0) 2014.11.29
,
TOTAL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