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2013. 5. 31. 01:57

[데슬메르] 무제



Maple Story 


Demonslayer * Mercedes 






* 성격 파탄 주의




전 당신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지 않습니다. 제 행동의 의의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저에 대한 속죄이자 검은 마법사에 대한 복수에 있습니다. 정의를 위해서라거나, 메이플 월드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는 착해빠진 이유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 정신머리, 고쳐먹는 편이 좋겠네. 너야말로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처음 검은 마법사와의 싸움의 참전을 결심한 이유는 내 백성들을 위해서였어. 검은 마법사의 영향이 에우렐에까지 미치지 않았다면 난 틀림없이 그 제안을 거절했겠지. 그때의 나로써는 에우렐 외의 다른 땅이 어떻게 되든 인간들이 얼마나 죽어나든 상관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내가 변한 건 싸우면서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야. 울고 슬퍼하고 화내고, 기뻐하고 환호하고 열광하던 그 수도 없이 많았던 사람들. 그 세계가 크든 작든, 모두 자신의 세계를 위해 싸우고 있었고 약한 능력이나마 있는 힘껏 검은 마법사에 대항하고 있었어. 그 의지에 나라도 종족도 언어도 없었던 거야. 내 등 뒤에 있었던 건 엘프의 긍지뿐만 아니라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었고 난 당당히 그것을 등에 업고 싸웠다. 그걸 단순히 착해빠진 것이라고 비하하겠다는 건가?
 
 
 
저는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더 이상 지킬 것도 등에 업을 것도 없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검은 마법사를 제 손으로 죽이는 것입니다.
 
 
 
복수에 눈이 멀었던 팬텀은 시그너스 여제를 죽일 뻔했지. 우리는 현재 연합으로 엮인 동료 관계고, 옛 기억이나 관계와 상관없는 순수한 동료로써 난 네가 복수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하는 길을 택하길 바란다. 너에게도 현재 몸을 위탁하고 있는 장소와 너의 심복이 있다고 알고 있어. 그들은 네게 있어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연합의 참가는 제가 결정한 것이 아니었으머 저는 연합에 가입한다고 바로 동료같은 단어로 얽힐 수 있는 관계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있어 연합은 검은 마법사의 단서를 찾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제가 했던 잘못된 짓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할 수 있는 만큼 돌려놓겠습니다.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제가 이유 없는 선의를 베풀고 다닐 것을 기대한다면 헛된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데몬슬레이어! 어떻게 연합에 대하여 그런 말을? 넌ㅡ
 
 

제가 무엇을 해도 데미안은 살아돌아오지 않습니다.
 
 

프리드도, 살아 오지 않아!
 
 

결국 메르세데스는 손을 내질렀다. 순수한 분노로 뭉친 여린 손끝에서 더도 없을 힘으로 격타당한 나무에 움푹한 홈이 패이고 나뭇잎이 우수수, 시야를 가렸다. 둥지의 흔들임에 불안을 느낀 새들이 삐익삐익 시끄럽게 울어젖히며 상공을 맴돌았다. 고개를 들어 데몬슬레이어를 쏘아보는 눈동자가 건들면 터져버릴 듯이 투명했다. 매섭게 올라간 눈매와 바들바들 떨리는 눈동자 사이에 올라오는 열기가 매섭다.
 
 

아란은 기억을 잃었어. 프리드는 모든 동료와 영혼의 동반자마저 잃고 한평생을 살아가다가 죽어야 했어. 팬텀은 아리아 황제를 잃었어. 루미너스는 그의 목숨 대신 그의 연인이 검은 마법사에게 희생됐지. 그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든 죽을 각오를 하고 덤볐던 싸움이고, 슬퍼하지 않기로도 약속했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슬프지 않은 건 아니야! 증오스럽지 않은 게 아니라고! 프리드를, 그가 여기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내가…….
 
 

마치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깨지듯이 거칠게 말을 뱉어냈다.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말과 감정을 전부 토해내듯이, 평소의 메르세데스라고는 믿길 수도 없을 만큼 감정적인 어조로 소리를 질렀다. 프리드를, 까지 말하고는 잠시 얼굴을 찡그리며 입술을 깨물며 숨을 고르고는 서서히 힘을 빼고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밀려올라오는 뜨거운 숨으로 그가, 라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뱉은 단어에는 울음소리가 섞여있던 듯도 했다.
 
 
 
데몬슬레이어는 그제서야 그녀가 어째서 그에게 와서 이러한 소리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나도 이렇게 하는데 어째서 너는 이렇게 하지 않느냐,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백년 전의 영웅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다른 영웅들도 제각각 말 못할 슬픔에 아파하고 있다. 게다가 백성을 끔찍히도 아끼는 그녀의 성격상 엘프들 앞에서 슬퍼하는 일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 겪어보는 상실의 아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을 것이 뻔하다. 털어낼 수 있는 상대는 그 어떤 분노와 분노가 뒤섞인 검고 어두운 감정을 털어내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아주 쉬운 예로 한때 적이었고 앞으로도 결코 친해지지 못할 존재인 자신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지극히도 어린애같은 그 투정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도 처음에는 이랬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왜 자신만 이런 아픔을 감당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었다.
 
 
 
……저와 당신은 같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과 달라 대의를 위해 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습니다. 또한 지켜야 할 것은…… 더 이상 없고 더 만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당신이라면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잃었을 때의 고통을.
 
 
 겁쟁이.
 
 
 
무슨 말을 해도 좋습니다. 저는 제 방식대로 나아갈 것입니다.
 
 
 
메르세데스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앙다물고 금방이라도 방울져 떨어질 듯한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그를 강렬히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숨막힐 정도로 고요한 기류가 그녀를 타고 흘러 서서히 원을 그리며 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소리를 잃은 숲에서 축 늘어진 생기가 정신을 무겁게 짓눌렀다. 먼저 돌아선 쪽은 데몬슬레이어였다.
 
 
 
더 하실 이야기가 없으시다면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뚜벅뚜벅 숲 길을 걸어나갈 때도 숨 막히는 정적은 풀릴 기미가 없었다. 문득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고독한 왕이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조각글이라 딱히 할 말이 없다.. 휑한 게 보기 뭐해서 예전 연성이라도 하나 업로드.


나름 노멀 최애컾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생각하던 데슬메르 분위기가 이 글에서 잘 나타난 느낌이어서 쓰고 나서는 꽤 맘에 들었는데 다시 읽고 보니까 둘 다 성격이 너무 다크해져서 놀랐어요. 이건 뭐 캐붕 수준..


메이플스토리 게임내에서 NPC가 말 하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쓰다 보니 어째 글이 이렇게 나왔네요. 
이미 쓴지 육개월을 훌쩍 지나서인지(작년 11월 연성) 지금 보니까 그냥 오글거릴 뿐..;ㅅ;.. 


그리고 그 육개월 간 데미안이 살아서 등장했다고 합니다ㅋㅋㅋㅋㅋ하.. 요새 메이플 못 해서 스토리고 뭐고 몰라.. 메르세데스가 상향됐다면서요? 제 메이플 최애 메르언니. 시름시름. 메이플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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