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하라 이자야
<드림 전력 60분> 당신의 수호천사
서른번째 주제, 빈 자리
※ 듀라라라!! 의 오리하라 이자야로 참가하였습니다.
※ 원작 (13권) 엔딩 스포가 다수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이케부쿠로를 덮은 검은 하늘 사건의 정체는?
게시판을 읽어 내리다가 그녀는 자신이 쓴 기사를 발견했다. 불가사의하고도 비현실적이었던 이케부쿠로의 대폭동 사건도 벌써 몇 개월 전 이야기.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게시글을 클릭했다. 잘 포장된 아주 약간의 진실과 억측과 의문이 섞인 불확실한 내용이 흩뜨려진, 기사로써는 빵 점짜리 쓰레기 글이었다. 그러나 그 누가 그날의 진실을 진실이라 믿어줄 것일까.
시간은 의식보다 빨리 흐른다. 어떻게든 변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상은 그닥 변하지도 않았다. 아무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사건 역시 이미 과거의 기묘한 일이 되었을 뿐 이케부쿠로는 여전히 이따금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제멋대로인 거리로써 굴러가고 있다. 그 자체로 흐름일 지도 몰랐다. 시간, 공간, 사람. 거리는 가만히 있는 것인가, 혹은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그녀는 여전히 이 곳에서 일을 하며 이따금씩 기삿거리를 위해 거리를 나돌고 이따금씩 지인들을 마주치며 나름대로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일상, 그래, 일상. 이케부쿠로는 일상을 걷고 있다. 비록 그 안에 늘 존재했던 누군가가 없을지라도.
그가 없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는 친구들과, 지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었다. 그 어리던 라이라 고등학교의 작은 후배들, 그 소용돌이의 주인공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다. 그녀는 카도타와 함께 그들에게 밥을 사주고 신라의 집에서 뒷풀이를 했다. 전골 먹었을 때 기억나네요. 누군가 말을 꺼냈다. 전골? 아, 마사오미 없었을 때 다같이 여기서 전골 먹은 적 있거든. 그 날 그들은 여러가지 추억담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신라가 말한 대로 어느샌가 그 일조차 추억담이 되었다. 웃으며 그 날의 이야기를 돌이키다가 그녀는 문득, 문득 누군가를 떠올렸다. 사실은 처음부터 마음 저 켠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던 불편한 무언가가 있었다. 잔 비어가네요. 한 잔 더 드릴까용? 아, 고마워. 입술을 축였지만 여전히 목이 탔다. 알고 있다. 입이 쓴 건 술 때문은 아닐 거라고.
그의 공백이 이케부쿠로에 끼친 영향은 그저 의문스러운 일이 조금 덜었다는 것 뿐이었다. 사고가 일어나도 그것은 단순한 단발성으로 뒤가 찝찝하지 않았다. 시즈오가 날뛰는 일이 조금 줄어들었고 선량한 시민이 휘말리는 일도 조금 줄어들었다.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세르티의 일 또한 줄어들었다는 것이지만 그들이 그 점에 대해 한 톨이라도 신경을 쓸 리 없었다. 한번 농담처럼 그의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 죽었나? 『그래도 죽진 않았으면 하는데』그녀는 말없이 끄덕이며 넘어갔다. 신라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지만 더 이상 이야길 꺼내지 않았다.
별로 내가 감사할 일은 아니지. 그 당시에는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 아가씨도 같이 갈 텐가?
…아니요. 곧 내릴게요. 깨는 것만 보고.
하등 같이 갈 이유가 없다. 애초에 그때 왜 그를 구하기 위해 뛰었는지도, 그저 머리보다 다리가 먼저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왜 자신은 그 순간 아주 잠시 망설였을까. …도리짓을 했다. 의미 없는 고민이다.
나는 네 빈자리를 느끼고 있는 걸까?
그가 없어져서 쓸쓸하다 생각한 적 없었다. 그가 죽었을까 걱정이 된 적도 없었다. 그가 죽는다는 것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죽었다 한들 그녀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었을까. 살아있다 하더라도 별 상관이 없을 일이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좋았다. 그러니 그녀는 딱히 그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이케부쿠로는 평온하며, 여전히 목 없는 라이더는 도로를 달린다. 시즈오는 자판기를 집어던지고 라이라 고등학교에는 매년 신입생이 생겨난다. 그녀가 나고 자란 거리는 그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여전히 평범하다.
전화가 온 것은 인터넷 창을 띄우고 타이핑을 하던 정말 평범하던 어느 날의 평범한 근무 중의 일이었다. 전화벨이 울렸을 떄 그녀는 액정도 확인하지 않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오랜만이야. 나야. 잘 지냈어?"
"아, 응."
"저기, 조금 건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조금은 놀랄 줄 알았는데 말야. 재미없네."
"뭘 새삼스럽게. 전화 정도로 무슨, 생색을…."
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 하던 말이 저 편으로 날아갔다. 시선을 모니터 오른쪽 끝으로 돌리는 그 짧은 시간조차 중간중간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날짜를 살피었다. 근 이 년 만이었다. 새로울 것 없는 평범한, 이 년만의 안부 전화. 아, 그렇구나. 그녀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가 없어질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빈 자리를 느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인지가 한번도 빈 적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또 이렇게나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뭐, 이렇게 지내고 있어. 요새 유난히 심심해서, 여긴 조용하고."
"응, 어딜 가서도 잘 살 테니까, 넌."
"너무하네. 나도 처음엔 힘들었다고. 아, 맞아. 다른 녀석들한텐 이야기하지 말아줘. 특히 여동생들한텐."
"뭘? 네 생사 여부? 있는 곳?"
"전부. 그럼 다음에 봐. 바이바이."
끊긴 핸드폰 액정에 적힌 한자가 유독 반짝이는 듯 했다. 오리하라 이자야, 수신 통화, 10분 35초.
…이자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난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세르티한테 고맙다고 꼭 하고.
…하하, 말이… 심한걸…. 괴물에게, 감사… 라니….
이 녀석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아아.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
일단 오늘 드림온 다녀왔습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말 스포일러 그 자체입니다. 주의해주세요.
과거와 현재를 구별하기 어려울까 싶어 글자를 바꿔 보았습니다만 이해하기 어려운 데엔 별 차이 없어 보이는군요(..)
제 이자야 드림 치곤 평소보다 조금 더 달달한 것 같습니다. 어디 달달함이 있냐 하시면 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여해주시는 분들도 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