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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하라 이자야

T.. 2015. 1. 18. 23:32

 

 

 

 

 

 

 

 

 

<드림 전력 60분> 너의 빨강구두

 

 

마흔번째 주제, 일상

 

 

 

※ 듀라라라!! 의 오리하라 이자야로 참가하였습니다.

 

※ 약간의 폭력/부상 묘사 주의

 

 

 

 

 

 

 

 

"기분은 어때?"

 

"으음, 좋지는… 않아."

 

 

 

어두컴컴한 뒷골목이었다. 그녀는 먼지가 두텁게 쌓인 에어컨 실외기 위를 대충 손으로 쓸어내리곤 그 위에 털썩 앉았다. 그 앞에는 인간의 형체를 한 검은 무언가가 쓰러져 있다가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그가 일어나는 바닥에는 핏자국이 흩뿌려져 있었다.

 

 

 

 

 

 

처음에 하필 도망치기도 애매한 장소에서 시즈오와 맞닥뜨렸을 때는, 정말 운수가 좋지 않은 날인가, 하고 오리하라 이자야는 생각했었다. 근처에 있던 실외기로 한 번, 벽에 밀쳐지고 주먹을 몇 번, 정신이 어질어질했지만 이자야는 내색 않고 틈을 엿보았다. 소란에 사람이 몰려들자 용감한 한 멍청이가 살인이다! 하고 소리쳤고 시즈오가 아앙ㅡ? 하며 그 멍청이를 돌아본 순간에 이자야는 뒷골목의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리고 하아, 숨을 가다듬는 순간에 눈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그와 동시에 둔중한 무언가가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는 걸 알았다. 벽돌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저 옆으로 굴러 떨어졌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몸이 무너져내렸고 그림자는 이자야의 손가락 끝을 잘근잘근 밟았다. 몸 여기저기를 걷어찬 것도 있었다. 몇 번 그렇게 움직이다가 멈추곤 그에게 말을 걸었다.

 

 

 

반쯤 가물가물한 의식을 다잡으며 대답을 하고 이자야는 몸을 일으켰다, 일으키려 노력했다. 비틀거리는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기는 했다. 등부터 시작해서는 온 몸이 욱씬거렸고 머리칼은 축축하고 뜨끈한 게 확인하지 않아도 피범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코뼈가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 뭐야, 시시한 농담을 하며 제 발성기관은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입 안쪽 어딘가가 찢어졌는지 비릿하고 짭짜름한 맛이 났다. 손가락은, 뼈가 잘못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생채기로 가득해서는 감각이 없었다.

 

 

 

 

"왠지 그 소란에 네가 없더라니. 처음부터, 시즈한테 찌른 것도 너지?"

 

"물론. 도망갈 만한 장소에서 기다리는 것까지 완벽했다구."

 

"이야, 이번엔 정말 완벽했어. 칭찬해 줄게."

 

 

 

 

콜록거리며 이자야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깜빡이며 흐릿한 시야를 정상으로 돌리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저를 보고 행복하게 웃는 그녀를 보며 그가 느낀 것은 모순된 기분이었다. 참으로 유쾌하고도 화가 치미는 그 무언가였다. 

 

 

 

"나를 괴롭히려는 시도를 하려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그 괴물까지 동원하는 건 그만두지 않을래?"

 

"야비한 정보상 아저씨께 혼자서 덤빈 가련한 여고생이 그 끄나풀에 당해 어딘가로 팔아넘겨진다, 같은 시나리오는 싫은걸."

 

"아하하, 정말 흥미가 생기려고 하다가도 만다니까."

 

 

 

 

이자야는 정색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활짝 웃어보이고는 이내 몸을 일으켰다. 실험삼아 한 발짝 움직였더니 갈비뼈 근처와 다리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 역시 가볍게 일어나서는 익숙하게 그의 한 팔을 제 어깨에 걸쳤다. 분명한 부축의 동작이긴 하나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과격함이었다.

 

 

 

"켁, 스탑, 스탑. 아프다고. 엎어치기라도 할 셈이야?"

 

"진짜 엎어치기 전에 조용히 해."

 

"하아…. 이렇게 나대다간 어느 날 비명횡사할 걸, 너."

 

"기꺼이. 그 전날까지도 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거지만."

 

"참 지긋지긋하고도 의미 없는 죽음이네."

 

 

 

 

키시타니 신라의 아파트까지 영양가 없는 대화는 반복되었다. 두 사람의 배 속의 시커먼 본심은 말 사이에 연기처럼 흘러나왔지만 그들은 무던히도 서로에 익숙해진 참이었다. 폭력의 직후는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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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끝도 없이 이자야 패고싶어서 쓴 조각글입니다.

 

드림전력에 참가해주시는, 읽어주시는 여러분 모두 늘 감사합니다:D